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은 지난 28일 수요일에 온두라스 대표팀과 도쿄 올림픽 남자 축구 B조 3차 예선 경기를 치렀다. 결과는 6대0 대승. 지난 루마니아 대표팀과의 경기에 이어 무실점, 다득점 행진을 이어갔다. 이번 경기로 5년 전 2016 리우 올림픽 남자 축구 8강전에서 온두라스에게 당한 치욕을 6배로 복수할 수 있었다. 또한 이번 경기에서 6골이라는 다득점으로 황의조 해트트릭과 더불어 조 1위 8강행을 확정 지었다.
이번 온두라스 대표팀과의 경기를 통해 대한민국 대표팀은 많은 것을 얻었다. 전술적인 측면에서부터 선수들의 합과 경기력까지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대한민국이 전술적으로 어떻게 변화했는지, 다음 8강전에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대한민국 VS 온두라스 라인업
대한민국 대표팀은 이번에도 이강인을 기용하지 않고 기존 AFC U-23 챔피언쉽에 출전했던 선수들을 대거 기용했다. 그 이유는 새로 합류한 선수들을 기용하는 것보다 기존에 함께 오랜 시간을 뛴 선수들을 넣어 지난 대회에서 보여줬던 서로의 합이나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경기를 더욱 쉽게 이끌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와일드카드로 차출된 황의조, 권창훈, 박지수는 모두 기용되었다. 특히 박지수는 B조 예선 2차전인 루마니아 대표팀과의 경기에 이어 두 번쨰 선발경기를 가졌다. 이번 경기에서도 저번과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수비력과 빌드업 능력을 보여주며 8강전에서 또한 선발이 예상된다. 다른 와일드 카드 선수인 황의조와 권창훈 또한 1차 예선, 2차 예선에서 마무리는 아쉽지만 골대 앞으로 공을 가져가는 과정에서 창의적인 패스 플레이나 위치 선정을 보여줘 계속해서 선발되고 있다.
이번 경기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에 위치했던 이동경 선수를 빼고 기존에 레프트 윙에서 뛰던 권창훈을 투입해 황의조에게 이어지는 키 패스의 횟수를 늘리고 패스 플레이의 중심축 역할을 수행시켰다. 아무래도 이동경을 뺏기 때문에 박스 밖에서의 날카로운 슈팅은 없었다. 하지만 권창훈을 중심으로 한 좌우 패스 연계가 효과적으로 이뤄졌다.
온두라스 대표팀은 이번 올림픽에 주전급이라고 부를 수 있는 선수들을 데려오지 않았다. 바로 미국에서 열리는 골드컵 참가 때문이다. 골드컵은 북중미카리브 축구 연맹에서 개최하는 국제대회로 유로나 코파 아메리카와 같은 대륙 대항전이라고 볼 수 있다. 온두라스 축구 협회는 이번 도쿄 올림픽보다 골드컵이 더욱 중요한 대회라고 판단해 올림픽 대표팀에 주전 선수들을 차출시키지 않은 것이다. 결국 온두라스는 이번 대회에 경험이 적은 어린 선수들을 대려왔고 그만큼 공격에서의 마무리나 수비에서의 불안함이 증폭된 경기들이 많았다.
대한민국 대표팀을 상대로 4-3-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와 수비적인 플레이보다 공격적인 플레이를 많이 시도하려고 했지만 대한민국 대표팀은 지난 경기들과 다르게 크로스 플레이 대신 권창훈을 중심으로 한 패스 플레이로 경기를 진행했기 때문에 턴오버가 많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온두라스 대표팀은 대한민국 대표팀의 맹공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온두라스 대표팀의 수비수 멜렌데스는 수비과정에서 경고누적으로 퇴장을 당했고 계속된 불안정한 수비는 대한민국 대표팀에게 페널티킥을 3회 내주며 무너지고 말았다.
대한민국의 승리 요인
우선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에게는 큰 동기부여가 있었을 것이다. 바로 지난 대회인 2016 리우 올림픽 8강에서 겪었던 치욕. 권창훈은 아직도 그때의 분함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지난 루마니아 전 대승으로 조 1위에 올랐으니 이만한 동기부여가 없었을 것이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온두라스 대표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면 경우의 수와 상관없이 조 1위 8강행이 확정되기 때문이었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다득점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데에는 주전 선수들로 출전하지 않은 온두라스 대표팀의 미숙함도 있겠지만 지난 1차 예선, 2차 예선에서 사용했던 우측 사이드로 공격을 전개해 황의조에게 크로스를 올리는 플레이 대신 공격형 미드필더에 위치한 권창훈을 중심축으로 두고 좌우 패스 연결과 전방의 황의조를 향한 패스플레이로 다득점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레프트 윙에 위치한 엄원상과 라이트 윙에 위치한 이동준 모두 드리블과 속도가 대단한 선수다. 그렇기 때문에 크로스 대신 골대로 치고 들어오는 돌파를 선택해 수비 실수와 페널티킥을 얻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크로스가 아닌 컷백이나 드리블 돌파 이후 슈팅 처리를 했기 때문에 수비가 올라온 크로스를 헤딩 처리하는 것보다 세컨 볼 기회가 많아 황의조, 김진야, 이강인의 필드골이 나올 수 있었다.
이번 경기를 통해서 대한민국 대표팀의 하나뿐인 스트라이커 황의조는 자신의 경기력과 골 결정력을 최상으로 끌어올렸다. 초반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골맛을 익혔고 이어지는 필드골과 세번 째 패널티킥을 성공시키며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황의조의 골 결정력이 돌아왔다는 것은 지난 루마니아전에서 보여줬던 좋은 기회들이 다시 왔을 때 골로 연결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또한 이강인은 지난 경기에 이어 골을 성공시키면서 U-20 월드컵 골든볼의 위상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이제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은 조별예선을 모두 마무리하고 조 1위로 당당하게 8강전을 치른다. 그 상대는 A조 2위 멕시코. 멕시코는 지금까지 경기를 치렀던 뉴질랜드, 루마니아, 온두라스 대표팀과는 차원이 다른 축구를 구사할 것이다. 그만큼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다. 하지만 대한민국 대표팀은 지난 2016 리우 올림픽에서 멕시코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그 경험의 중심 권창훈이 이번 올림픽에도 출전했기 때문에 그때의 기억을 살려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멕시코 올림픽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후보로 손꼽힌 프랑스 대표팀을 4대 1로 대파하고 남아공 대표팀에게도 승리하며 조 2위로 8강에 올라왔다. 무서운 기세로 금메달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멕시코 대표팀이다.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은 멕시코 대표팀에게 승리를 거두면 4강에 진출하게 된다. 4강에 진출한 후 패배하더라도 동메달을 목에 걸 수 있는 기회가 한 차례 더 남아있다. 그만큼 이번 8강전이 메달로 가는 가장 중요한 길목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8강에서 멕시코 대표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둬 4강으로 진출하게 된다면 브라질 대표팀과 이집트 대표팀의 경기에서 승리한 팀과 만나게 된다. 지금으로서는 히샤를리송이라는 뛰어난 선수를 가지고 있는 브라질이 올라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우선은 눈앞의 8강을 넘어서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잘 준비해서 멕시코 대표팀을 온두라스 대표팀과의 경기처럼 무너뜨리고 2012 런던 올림픽 이후 9년 만에 4강 진출을 이뤄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도쿄 올림픽 남자 축구 8강전은 오는 7월 31일 토요일 저녁 8시에 요코하마 국제 종합경기장에서 치러진다. 온두라스 대표팀과의 좋은 경기를 치른 경기장인 만큼 좋은 경기 결과가 나오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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